사랑은 하필 지긋지긋한 날들 중에 찾아온다 09/27

사랑은 하필 지긋지긋한 날들 중에 찾아온다.
사랑을 믿는 자들,
합성섬유가 그 어떤 가죽보다
인간적이라는 걸 모르는 자들,
방을 바꾸면 고뇌도 바뀔 줄 알지만
택도 없는 소리이다.
천국은 없다, 
 
사랑이 한때의 재능이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은 인간에게 아주 빨리 온다.
신념은 식고 탑은 무너진다.
무너지는 건 언제나 상상력을 넘어선다.
먼지 휘날리는 종말의 날은
생각보다 아주 짧다.
다행히 지칠 시간은 없다. 
 
탑의 기억이 사라질 즈음
세상엔 새로운 날이 올 것이다.
지긋지긋한 어떤 날이. 

 

허 연, 천국은 없다 - <내가 원하는 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