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아프자고 너는 떠났고
12/10
후회하는 법을 배우고 우리는 뻘에다 완성되지 못한 낱말들을 적었다. 생애를 다 볼 수 없었으므로
그 여름 낮게 날아가는 새들은 지저분한 털뭉치 같았고 강 건너에선 기울어진 매운탕집 간판들이 울먹이고 있었다. 반지하 방에서 기침을 하던 너의 슬픔을 가져오지 못한 게 아주 오래 아프다. 스물여섯 살. 천호동엔 비가 샜고 낡은 관악기 같은 목젖에선 피가 새어 나왔다. 눈앞에선 여름내 동쪽에서 왔다는 부표들이 소혹성처럼 떠올랐다. 아침이면 아무르에서 왔다는 새를 보러 가곤 했다. 그해, 고양이들이 부르르 몸을 떨고 나팔꽃들은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그만 아프자고 너는 떠났고 나는 질퍽이는 뒷골목을 걸어 강으로 갔다. 마음의 짐을 이겨내지 못한 사람들이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이 놀라운 강의 밀도.
허 연, 천호동 - 장마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