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 of Love 01/22

 

“태의, 아주 먼 옛날, ‘사랑’조차 존재하지 않던 시절의 이야기를 알아?

일레이는 조용히 읽고있던 책을 덮었어. 자기 허벅지에 누워 맥주 캔을 쥔 채로 꼼지락 거리는 태의의 손에 가볍게 제 손을 겹치고는 말을 이었어.

“태초의 인간은 두명의 등이 붙은 것처럼 얼굴이 두 개, 네개의 팔과 다리, 그리고 모두 두쌍의 기관들이 있었대. 또 그 때는 세가지의 성(性)이 있었다고 해. 하나는 남성 둘이 붙은 것처럼, 다른 하나는 여성 둘이 붙은 것처럼,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남녀의 등이 붙어있는 것처럼 말이야. 그들은 사랑을 몰랐고, 두려울 것이 없었지. 신들은 이런 인간을 두려워하기 시작했고 결국 번개의 신은 그들의 맞닿은 등을 잘라내었어. 인간들은 고통에 몸부림쳤고 다른 신은 인간이 그들의 잘못을 깨닫고 잊지 못하게 하기 위해 상처를 모아 꼬매어 배꼽을 만들었지. 그리고는 홍수를 내서 둘로 나눠진 인간들이 서로를 다시는 만나지 못하도록 하려고 했어. 둘로 갈라져 뿔뿔히 흩어져버린 인간들은 서로를 만나면 팔을 벌려 꼭 끌어안고는 했다지. 한 몸으로 존재했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면서 말이야. 한 몸에 붙어있던 이들이 서로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았던 때는 상처와 피로 물들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원래 짝을 찾는 일은 쉽지가 않았어. 그렇게 둘로 나눠진 수많은 인간들은 반으로 쪼개진 고통을 평생 안고 살아가고 있대. 자신의 원래 반쪽을 찾으려는 노력 속에서 말이야. 어떻게 생각해?”

“글쎄. 네가 읽고 있던 책처럼 고대 그리스에서 ‘사랑’은 범우주적인 힘이었잖아. 반대로 성경을 보면 하와가 선악과를 먹고 선과 악을 구분짓기 시작하면서 수치라는 감정을 알게되면서 시작하기도 하고. 너는 무슨 말을 하고싶은 건데?”

태의는 졸린 눈을 천천히 깜빡이면서 일레이를 데리고 침실로 들어갔음. 일레이는 조용히 태의의 뒤를 따랐어. 태의는 일레이의 입에 굿나잇 키스를 했고, 일레이는 태의를 뒤에서 꼭 껴안으면서 속삭였어.

“어쩌면 나는 평생 너를 찾아다녔던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어, 태의.”

태의는 조용히 웃음을 터트리고는 잘 자라며 일레이의 눈을 감겨주고는 일레이가 잠드는 모습을 지켜봤어. 얼마 지나지 않아 일레이의 숨소리가 고르게 변하고 태의 또한 눈을 감으며 잠든 일레이가 듣지 못할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어.

그런데 일레이, 네 이야기에서 말이야. 신들이 인간에게서 앗아간 게 하나 더 있어. 그건 사랑을 모르고, 두려움을 모르던 인간을 다시는 예전처럼 돌아가지 못하게 하기 위한 보험 같은 거였어. 한 몸에 붙어있던 이들이 그들의 반쪽을 찾을 수 없게 된 것 또한 ‘이 것’ 때문이야.

바로 기억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