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하는 일이 나를 무너지게 할거라는 걸 11/05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뭔가를 기다리지. 받아들이기 위해서 죽음까지도 기다리지. 떠날 땐 돌아오기를, 오늘은 내일을, 넘어져서는 일어서기를, 나는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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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사랑한다 해도 그가 떠나기를 원하면 손을 놓아주렴.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 그것을 받아들여. 돌아오지 않으면 그건 처음부터 너의 것이 아니었다고 잊어버리며 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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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인생을 망치겠다는 게 아니라 여기에 그만 있겠다는 것이니 나를 잊지는 말아다오. 네 앞에 있는 모든 게 나일 거야. 난 네가 내가 살려고 애쓴 것들을 모를까봐 걱정이 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네가 알고 있다면, 가끔씩 잊지 말고 내 이름을 불러줘. 나, 어디서나 대답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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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놀이터에 그가 없는 걸 보고서 바로 돌아오기만 했어도 좋았을텐데 너는 오래도 그를 기다리더군.

오래도록 그를 기다리고 서 있는 널 보며 느꼈지.

너를 사랑하는 일이 나를 무너지게 할거라는 걸.

 

신경숙, 깊은 슬픔